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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경영하라, 최종학 교수

'차입매수(LBO, Leveraged BuyOut)'

by 헣푸로 2023. 3. 29.

아직 인수하지 않은 피인수회사의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동시에 해당 회사의 주식을 인수해서 담보로 제공하는 것이  '차입매수(LBO, Leveraged BuyOut)'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해당 회사를 인수하는 차입매수는 불법으로 본다. 인수회사는 거의 아무런 위험부담 없이 피인수회사에만 상당한 위험부담을 지우는 것이기 때문에 피인수회사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 행위로 간주해서 업무상 배임으로 본다.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하는 방법과 자산을 담보로 직접 돈을 빌리는 방법에 실질적으로 차이가 별로 없는 것 같지만 법률상으로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셈이다. 미국에서 LBO는 M&A 당사자 간의 사적 계약으로 법의 판단 영역이 아니라고 본다.

 

2008년 유진그룹은 총 1조 9,500억원에 어피니티 에퀴티 파트너스 PE로부터 하이마트를 매입합니다.

. 우리은행 차입금 3천억원과 보유자금 2,100억원, 총 5,100억원으로 SPC 유진하이마트홀딩스(페이퍼컴퍼니) 설립

. 유진하이마트홀딩스는 금융사로부터 1조 3천억원 차입

. IMM PE와 H&Q PE 등 사모펀드의 재무적투자자들이 3천억원의 전환사채 매입

. 하이마트의 전문경영인이었던 선종구 회장이 900억 원을 투자해서 우선주를 인수

    * 선종구 회장은 종업원지주제 형태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하이마트를 어퍼니티 에퀴티 파트너스 PE에 매각했던 당사자였다. 

 

유진하이마트홀딩스는 하이마트와 합병 후 하이마트의 보유자금으로 차입금 일부를 상환

2011년 6월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차입금 일부 상환

상장 직전인 2010년 말 166%였던 하이마트의 부채비율은 상장 직후인 2011년 9월 말 90% 수준으로 낮아짐

재무적 투자자들은 하이마트가  보유하던 전환사채를 보통주로 전환한 후 매각해서 투자금 회수 이외에 상당한 이익 남김

유진그룹도 당시 일부 지분을 매각해서 차입금을 일부 상환

 

 

 

 

 

 

 

유진그룹의 하이마트 인수 사례에서 담보는 특수목적회사가 매입하는 피인수회사(하이마트)의 주식이다.  남의 돈을 빌려서 M&A를 하더라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처럼 인수회사가 직접 자금을 차입한다면 국내에서도 불법이 아니다. 피인수회사를 매입하기 위해 인수회사가 스스로 위험부담을 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전자를 합법으로 보이는 이유는 M&A 이후 피인수회사와 페이퍼컴퍼니를 합병할 때 소액주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와 발언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2012년 초 유진그룹과 선종구 회장의 경영권 분쟁 결과로 하이마트는 다시 시장에 나오게 되었다. 4년 만에 다시 매물이 된 셈이다. 유진그룹과 선종구 회장의 지분 모두(65.25%)가 매각대상이었다. MBK파트너스가 주당 8만 2천 원, 총 1조 2,500억 원대의 가격을 제시해 롯데쇼핑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 2012년 7월, 유진그룹에서 MBK파트너스와의 협상 파기를 선언하고 2위를 차지한 롯데쇼핑에 하이마트를 팔겠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에 대한 매각 가격은 1조 2,481억 원이다. 왜 잠재적 재무적 투자자들이 MBK파트너스의 지분투자 요청을 거절했을까? 협상 당시 주가는 5만 원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MBK가 유진그룹에서 하이마트를 매수하기 위해 제시한 매입가는 주당 8만 2천원으로 시가에 비해 70% 정도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었다. 재무적 투자자들의 투자기간이 3~5년 정도라는 점을 고려해서 최장 기간인 5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주가가 최소 70%, 연간 7%의 기대수익률을 고려하면 90% 정도는 올라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잠재적 재무적 투자자들은 하이마트 주가가 이렇게 많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주식을 인수하는 형태의 자금 제공은 하지 않겠다고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금호아시아나와 재무적 투자자들이 체결한 풋백옵션 계약은 인수 3년 후 3만 4천 원에 되사주는 내용으로 연간 8%의 수익률을 보장해 준다. 잠재적 재무적 투자자들은 직접적인 지분 인수보다는 SPE에 대출하거나 MBK파트너스에 직접 자금을 빌려주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만약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인수회사에 대출해주는 방식은 상대적으로 위험이 작으면서 기대수익도 작은 방법인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SPE를 통해 부채를 조달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투자에 실패하더라도 인수를 위해 차입한 자금에 대해 인수회사가 직접 책임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자금을 상환할 책임은 SPE에 생긴다. 직접 부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피인수회사를 인수했다면 M&A가 실패로 끝나면 피인수회사를 다시 매각해서 마련한 자금으로 부채를 전부 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SPE를 설립해서 피인수회사를 인수하는 방법이 이런 위험의 연결고리를 잘라낼 수 있는 방법이다.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금융회사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은 어떤 경로를 선호할까? 이들은 인수회사와 반대 입장이다. 피인수회사의 인수조건이 상당히 좋은 데 비해 인수회사의 재무상황이 좋지 않다면 오히려 SPE에 대출해 주거나 지분투자를 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물론 인수가가 상대적으로 낮고 피인수회사가 앞으로 장기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면, 직접 주식을 인수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SPE를 내세워 피인수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 투자한 외국계 펀드들이 국내회사를 인수할 때 사용하면서 국내에 알려진 방법이다. 2009년 미국의 사모펀드인 KKR이 다국적 맥주회사 AB인베브로부터 18억 달러에 OB맥주를 인수한 거래도 역시 LBO였다. SPE를 설립하여 인수한 후, SPE와 OB맥주를 합병하고, 그 후 OB맥주가 벌어들인 돈으로 인수에 사용된 빚을 상환하는 형태다. 미래의 이익배분 조건(earn out)이 계약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미래의 계약기간 동안 회사의 경영성과가 특정 목표수치 이상 초과하는 경우 인수자가 매각자에게 추가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에 벌어진 M&A 중 약 20~30% 정도가 언아웃 조건이 매각계약에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방법도 만병통치약은 아닌 것이, 매수자가 매도자에게 추가적인 이익배분을 하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고의적으로 이익을 적게 기록하는 방식으로 회계처리를 하거나, 일부러 인수회사의 영업을 크게 확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르노-닛산은 2000년에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면서 매각대금 6,150억 원 중 4,160억 원을 일종의 언아웃 조건으로 계약에 포함시켰다. 즉 2,100억 원만 지급하고 회사를 인수한 것이다. 그러나 르노삼성은 계약에 포함된 목표이익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르노-닛산은 차액을 과거 주주들(채권단)에게 아직까지 지급하지 않고 있다. 2013년 초 국세청은 적자 상태인 르노삼성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무려 700억 원의 세금을 추징한 바 있다. 이전가격을 르노삼성에 부당하게 책정한 다음 국내 이익을 축소시켜서 국내에서 세금을 덜 냈다는 것이 국세청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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