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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finance

[숫자로 경영하라] 최종학 2

by 헣푸로 2022. 11. 14.

두산주류 인수가격의 적정성 논란과 EBITDA

2009년 1월 롯데칠성이 '처음처럼' 소주를 생산하는 두산주류의 인수자로 뽑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인수금액은 5천30억원, EV/EBITDA 비율은 13.3배였다. 일부 언론은 9~10배가 적정한 EV/EBITDA 비율이 13.3배이니 롯데칠성이 비싼 가격에 두산주류를 인수했다고 평가했다. 두산그룹이 장부가치 2천억원대에 불과했던 두산주류를 매각해 3천억원의 막대한 처분이익을 기록했다는 이유로 인수 가격이 비싸다고 분석한 언론도 있었다. 일부에서는 M&A를 승자의 저주라는 섬뜩한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 기업의 시장가치를 세금과 이자를 내지 않고 감가상각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이익(EBITDA)으로 나눈 수치이다.
예컨대 EV/EBITDA가 2배라면 그 기업을 시장가격(EV)으로 매수했을 때 그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EBITDA)을 2년간 합하면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즉 기업가치가 순수한 영업활동을 통한 이익의 몇 배인가를 알려주는 지표로, 그 비율이 낮다면 회사의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EV/EBITDA 비율은 업종 및 시계열지표를 비교하여 주가의 수준을 판단하는 데 이용된다.)

EV는 기업을 인수할 때 필요한 총 자금을 의미한다. '시가총액+부채총액-현금성자산'의 값이다. 이 때 시가총액은 인수에 필요한 웃돈까지 포함한 가격이다. 두산주류의 지분을 100% 인수하더라도 두산주류가 가지고 있는 부채까지 갚아야 하기 때문에 두산주류의 전부가 롯데칠성의 재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때 두산주류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부채를 갚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이것이 EV 계산 시 부채총액을 더하고 현금성 자산은 빼는 이유다. 즉 이 차액을 시가총액에 더한 수치인 EV가 두산주류를 100% 소유하는데 필요한 총 자금이다. 

현재와 같은 EBITDA가 매년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투자자금을 회수할 때까지 13.3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즉 EBITDA 수치가 낮다면 상대적으로 투자자금의 회수기간이 짧다는 의미이며, 현금흐름에 비해 주가가 낮아 저평가된 주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것은 약간 과장된 면이 있다. 롯데칠성이 두산주류를 인수한 후 두산주류의 부채를 100% 다 갚지 않고 일정기간 후 두산주류의 지분을 상장해 인수대금의 일부를 회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실제 투자자금 회수기간은 13.3년보다 훨씬 짧을 가능성이 높다. M&A를 통해 짧은 기간 안에 급격히 덩치를 키운 STX그룹도 인수 회사의 경영을 호전시킨 후 일부 지분을 상장해 짧은 기간에 손쉽게 투자금을 회수한 바 있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현금흐름표란 표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재무상태변동표라는 표를 사용했다. 재무상태변동표는 회사의 순운전자본(유동자산-유동부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나타내는 표다. 연구결과, 순운전자본보다는 현금흐름 자체가 기업의 유동성 여부를 훨씬 잘 나타낸다는 결과가 나왔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OCF: Operating Cash Flow)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단기간 동안 얼마만큼의 현금을 창출했는지를 나타낸다. 놀랍게도 이 OCF의 정의는 위에서 소개한 EBITDA와 똑같다. 

   (1) 당기순이익

+ (2) 현금 유출이 없는 비용

-  (3) 현금 유입이 없는 수익

-  (4) 영업 자산의 증가 (재고자산, 매출채권 등의 증가분)

+ (5) 영업 부채의 증가 (매입채권 등의 증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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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CF

 

(1)+(2)-(3) 한 값은 EBITDA와 대단히 유사하다. 영업자산이나 영업부채 증가분이 매년 비슷하다면 OCF와 EBITDA는 상당히 비슷해진다. 그렇다면 처음 EBITDA를 개발할 때 (4)와 (5)를 제외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영업자산과 영업부채에 속하는 항목이 많아 계산이 복잡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OCF는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EBITDA보다 훨씬 우수하다. 그 이유는 (4)나 (5)의 영업자산의 증가 및 감소 정도가 상당히 큰 금액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심각한 경기침체 때는 영업이 잘 되지 않는다. 따라서 재고자산이 쌓이고 현금 회수가 늦어져 매출채권이 증가하는 일이 허다하다. 많은 현금이 재고나 채권에 묶여 있는 셈이다. 반대로 매입채권이 이와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증가하지 않는다면 (4)나 (5)의 합계액이 상당히 큰 수치가 된다. 즉 EBITDA에 비해 OCF가 훨씬 작을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럴 때는 EV/EBITDA 대신 EV/OCF를 사용해야 훨씬 정확한 계산을 할 수 있다.

EV/OCF는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을 제로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만약 단기 투자를 목적으로 회사를 인수했다면 EV/OCF도 지표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단기간에 회사를 다시 매각할 예정이라면 설비투자 등에 돈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보유 자산을 매각해 플러스(+)가 되거나 현행 설비의 유지보수에 필요한 수준의 최소 투자를 단행해 미미한 마이너스(-)가 나타날 것이다. 이 마이너스는 무시해도 되는 수준이다. 이것이 사무펀드가 어떤 회사의 인수 가격을 결정할 때 EV/EBITDA를 사용하는 이유다. 사모펀드의 목적은 한 기업을 인수한 후 단기간에 되팔아 최대한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목적으로도 앞서 설명한 이유에서처럼 EBITDA 보다는 OCF를 사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하지만 회사 경영이라는 장기적인 목적으로 인수를 단행했다면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워렌버핏은 "감가상각비는 매우 중요한 비용이다. 감가상각비를 고려하지 않고 현금흐름과 EBITDA만 고려하는 경영자는 잘못된 의삿결정을 내리는 셈이다."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장기적 가치는 결국 당기순이익에 의해 결정된다. 영업이익과 OCF는 순이익의 보조 지표일 뿐이다. 회계학자들의 오랜 결과에서는 기업가치를 가장 정확히 반영하는 지표는 순이익과 순이익의 구성요소인 매출총이익이나 영업이익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장기적으로는 현금흐름보다 이익을 사용하는 것이 더 정확한 기업가치 수치를 제공해 준다.

그렇다고 EBITDA가 불필요한 수치인 것은 아니다. 서비스 업종은 재고자산이나 매출채권이 거의 없고, 상당한 설비투자가 필요하지 않다. 이런 기업은 EBITDA와 OCF의 차이가 거의 없다. 따라서 EBITDA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회사 내에서 부서별 평가를 단행할 때도 마찬가지다. 생산 및 채권회수 책임이 없는 판매만 담당하는 부서라면 얼마든지 EBITDA를 사용해도 좋다. EBITDA에는 재고자산, 매출채권, 매입채무의 변동분이 포함되지 않는다. 두산주류가 별개의 회사가 아니라 두산의 한 사업부였던 만큼 공개된 재무제표가 없기 때문에 인수가격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어렵다. 두산주류 매각으로 두산그룹이 획득한 매각이익이 3천억원에 달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장부가로 표시된 기업가치 보다 실제 미래의 이익 창출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한 평가 기준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매각 실무를 담당했던 삼일회계법인이 현금흐름할인모형을 이용해 평가한 두산주류의 가치는 4천800억원에서 6천200억원 사이였다. 5천 30억원이라는 실제 매각 금액은 이 평가 금액의 범위 안에 속하므로 꼭 비싸다고는 할 수 없다. AB인베브가 OB맥주를 팔겠다고 제시한 가격이 2조원에서 2조5천억원 정도라는 점과 비교해도 5천30억원잉 그렇게 비싼 것은 아니다. 현금을 넉넉하게 보유한 롯데는 사실 투자 회수기간이 예상보다 몇 년 길어진다고 해도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롯데가 부채로 인수비용을 조달한 것이 아니라 보유했던 현금으로 두산주류를 샀기 때문에 이자 지급이나 원금상환에 대해 고민할 이유도 없다. 현금을 은행에 예금하는 대신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일이 기업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롯데는 두산주류 인수로 소주와 양주, 와인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주류를 공급하는 종합 주류업체로 변모할 기회를 잡았다. 반면 OB맥주까지 인수하거나 외국회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맥주시장에 진입한다면 한국 주류시장의 최강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2007년 두산주류의 영업이익은 214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을 이용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년이 넘는다(5030/214=23.5) 이것은 매우 높은 수치다. 하지만 두산주류 인수 후 시너지 효과가 발생해 영업이익이 늘어날 수 있으며, 롯데가 그 후 주식의 50~60% 정도를 상장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실제 회수기간은 이 수치의 절반인 10년 정도로 예측된다.)

(롯데칠성 자체가 보유한 현금 및 단기에 현금화가 가능한 현금성자산은 약 3천억원 정도다. 또한 롯데칠성은 장기 금융상품을 약 4천억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롯데칠성 외의 다른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인수에 공동으로 참여할 것이므로 인수자금의 거의 전액이 자체자금으로 충분히 조달될 수 있는 상황이다.)

AB인베브가 OB맥주를 미국의 대형 사모펀드인 KKR에 18억 달러(2조3천억원 정도)에 매각한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KKR은 전체 인수자금의 약 40% 정도만 직접 투자하며, 나머지 자금은 차입을 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수자금은 영업이익의 약 14배에 해당하는 수치로, 롯데가 두산주류를 구입한 가격이 영업이익의 약 23.5배라는 것과 비교하면 낮은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OCF와 비교하면, 인수가는 29배로 껑충 뛰어올라 오히려 비싼 가격이 된다. 또한 인수가를 평가할 때 롯데는 두산주류를 인수하면 다른 제품들과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지만, KKR은 제조회사가 아닌 사모펀드일 뿐이므로 시너지 효괄르 거의 기대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 집값 급등과 폭락의 원인: 거품 경제의 시작과 종말

미국 부동산 가격은 왜 2006년까지 계속 상승했을까? 1990년대 중반 미국의 주택가격을 100이라고 가정하면 2006년에는 상승률이 200%에 달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어떤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려면 수요가 증가하거나 공급이 감소해야 한다. 먼저 수요부터 살펴보자. 주택의 수요를 결정하는 요인은 인구 수, 가구 수, 소득의 변화다. 뉴욕이나 LA와 같은 대도시를 제외하면 대다수 미국 사람들은 원룸이나 오피스텔이 아니라 도시 교외의 단독주택에 거주한다. 때문에 가구 수가 증가하면 일반적으로 주택 수요가 늘어난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나타난 미국 집값 상승의 배후에는 이 3가지 이유 중 단 하나도 해당하는 것이 없었다. 10년 동안 미국 인구와 가구 수는 연평균 1% 정도의 미미한 증가율을 기록했다. 소득수준도 동일했다. 오히려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연평균 1%씩 실질 소득이 하락했을 정도다. 공급 측면에서도 집값 상승 요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주택 공급은 계속 증가했다. 연간 약 200만개의 신규주택이 건설된 반면에 너무 낡아 폐기되는 주택의 숫자는 미미했다. 미국 집값은 계속 상승했다. 그 이유는 주택을 처음 구매하는 신규 구매자들의 숫자가 계속 증가했기 땜문이다.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공동주택(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저소득층이다. 이들은 대부분 보증금 없이 약간의 임차료를 내고 공동주택에서 생활한다. 이렇게 과거에는 돈이 없어 도시 변두리의 공동주택에서 월세를 내고 살던 사람들이나 대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이들, 외국에서 건너 온 가난한 이민자들이 주택을 구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의 상황에 맞게 표현하자면 월세 40만원짜리 작은 서민용 공동주택에 살던 사람이나 월세 30만원의 하숙집에서 살던 젊은이들이 갑자기 교외의 3억원, 5억원짜리 단독주택을 구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 이유는 바로 미국정부의 저금리 정책이다. 클린턴 시절부터 미국 정부는 미국 경제의 2/3를 차지하는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저금리정책을 실시했다. 이 정책을 진두지휘한 사람이 바로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다. 닷컴 버블 붕괴와 9.11 테러 후 과감한 저금리 정책을 집행해 미국의 기준 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당시 사상 최저치인 1%까지 끌어내렸다.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은 은행에 돈을 예금하기 보다는 소비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이유로 국민의 소비수준이 소득수준보다 훨씬 높아졌다. 이는 한국의 카드대란 사태와 매우 흡사하다. 1997년 IMF 금융위기로 경기침체가 오자 당시 정부는 소비를 진작시켜 불경기를 해소하려 했다. 정부가 카드회사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자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은 카드를 발급받아 소비를 늘렸다. 2003년 카드대란 사태 당시 많은 카드회사가 망하거나 다른 회사에 인수되었다.

저소득층과 이민자들은 클린턴 정부의 고정 지지층이었기 때문에, 정권 유지가 목표인 클린턴 행정부와 미국 민주당은 이들에게 주택을 마련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 정부는 세제를 바꿔 양도소득세율을 낮추고, 주택 담보대출 관련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확대했다. 1990년대 초중반에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높은 프라인 소비자에 대한 지원이 주를 이루었다. 이들보다 신용등깁이 나빠 정상정적인 경우에는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바로 서브프라임 소비자다. 서브프라임은 '어떤 것의 아래에 존재한다.'는 뜻의 접두어인 sub와 prime의 합성이다. 

서브프라임 신용등급을 보유한 소비자들은 대부분 이민자 출신으로 이들이 거주하는 지역은 쿠바계가 많이 사는 플로리다, 멕시코아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 등이다. 흑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예를 들어 집갑이 50만 달러라면 과거에는 집을 사기 위해 집값이 25%인 12만5천달러를 일시불로 지불해야 했는데, 이것을 최초 지불액이라 한다. 이후 집을 구입한 대출자는 금융기관에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30년 정도의 기간동안 대출 잔액인 37만5천달러와 이자를 매달 갚는다.

이러한 대출 조건들이 미국 정부의 정책 지원, 낮은 금리, 금융 업계의 경쟁 때문에 점점 소비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10만 달러가 넘었던 최초 지불액이 5만 달러, 3만 달러로 낮아지더니 급기야 최초 지불액이 전혀 없는 대출, 심지어 처음 3년은 원금상환을 전혀 할 필요가 없이 이자만 내는 대출도 등장했다. 정부의 강력한 지시로 부동산 구입경비와 이사비용까지 합쳐 부동산 가격의 110%를 신청하기만 하면 소득수준과 재산 정도에 관계없이 무조건 대출해주었다.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의 상승률은 거의 300%에 달했다. 미국 전체의 연간 신규 모기지 액수도 1997년 8천억 달러에서 2003년 4조 달러로 5배나 증가했다.

집값이 장기적 상승 추세에 돌입하자 사람들은 '대출금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이더라도 일단 주택을 구입하기만 하면 집값이 또 오르니 일단 집을 사고 보는 것이 이익'이라는 생각에 빠지게 시작했다. 돈 한 푼 없이도 주택을 구입해 몇 년 살다가 원금 분할 상환이 시작되는 시기가 돌아오면 집을 팔아 대출금을 상환해도 되었다. 오히려 집값이 올라서 돈을 벌 수도 있었다. 집값이 계속 오르니 은행 입장에서도 혹시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주택을 차압해 경매로 팔면 대출금 회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의 투자은행이 부동산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의 증권회사와 유사한 투자은행은 시티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와 같은 상업은행에서 MBS와 CDO 같은 모기지 파생상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상업은행은 대출금 회수위험(신용위험)을 투자은행에 이전할 수 있었고, 투자은행은 파생상품 투자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으니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클린턴행정부 말기에 이르자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되어 정부지출을 줄이기 시작했으며, 이자율도 상승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부시 대통령 집권 초반 9.11 테러가 발생하자 미국은 대 이라크 전쟁을 시작했다. 그러니 민간부분에 대한 정부지출은 더욱 축소될 수 밖에 없었다. 원유와 같은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2000년대 중반 이후 미국과 전 세계는 저성장시대로 접어들었고, 결국에는 거품 경제가 터지고야 말았다. 기업들은 직원들의 임금을 줄이거나 해고를 단행했다. 특히 서브프라임 신용등급 소비자인 비숙련 저임금 노동자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소득은 줄어드는데 고금리 때문에 주택 구입으로 지불해야 할 이자는 늘어나기 시작했고, 대출자들이 대출금과 이자를 지불하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하자 은행들은 주택을 차압하고 경매로 내놓았다. 경매로 나온 주택은 늘어나는데 살 사람이 없으니 집값은 계속 떨어졌다. 집값 하락의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불과 10년 전에 5%에 불과했던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의 대출금 및 이자의 미상환 비율이 2008년 중반에는 20%대 이상으로 치솟았다. 

 

상업은행의 업무구조 변화와 투자은행의 업무영역 확대

전통적으로 상업은행은 일반적인 예금 및 대출 업무를 주로 취급하는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을 일컫는다. 대출자들은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20년 동안 원금과 이자를 은행에 상환한다. 결국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금 1천억원이 자산이며, 고객에게 받은 예금 1천억원이 부채인 셈이다. 전통적인 은행업을 영위해 큰 이익을 올리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대출을 해주려면 자금이 필요하다. 다른 은행들과 경쟁하다 보면 예금자들에게 다른 은행보다 높은 예금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예대마진이 적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예금자 중 10년이나 20년 동안 장기로 예금을 맡기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모기지 대출은 상환기간이 20~30년에 달한다. 만약 3년 후 예금자가 맡겨 놓은 예금을 인출한다면, 이 은행은 3년마다 새로운 예금자를 찾아야 한다. 새로운 예금자를 찾지 못하면 예금 인출을 원하는 고객에게 예금을 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즉 자금 수급의 시점이 서로 일치하지 않아 은행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1997년 한국이 직면한 IMF 외환위기의 시초가 바로 이 장단기 자금 불균형이었다. 당시 국내 은행들은 외화 자금을 외국 금융기관에서 단기로 빌려와 한국 기업에 장기로 대출해줬다. 하지만 국내경기의 부진과 한보철강 및 기아자동차의 파산으로 국내 은행들이 큰 손실을 입자, 은행들이 일부 부실화되는 징조가 생겼다. 그러자 외국 금융기관들이 만기가 돌아온 단기 외화 대출금을 연장해 주지 않고 회수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던 것이다. 이에 반해 국내 은행들은 기업들에 장기로 대출을 해줬기 때문에 대출해준 자금을 만기가 돌아올 때까지 회수할 수 없었다. 즉 자금을 지급은 해야 하는데 회수가 안 되는 상황이 닥쳤던 것이다. 대출금 회수위험 문제도 존재한다.(신용위험) 은행은 경매를 통해 원금과 이자를 회수해야 하지만, 경매를 통해 이를 다 회수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집값이 정체 상태에 있거나 하락하는 시기라면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예금자 유치의 어려움, 장단기 자금 수급 불일치, 대출금 회수위험이라는 3가지 이유로 상업은행은 큰 이익을 올리기 힘든 업무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이후 투자은행들이 나타나 상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대출금 자산 매입을 시작했다. 투자은행은 상업은행에서 1천 명의 대출자들의 대출금 원금 1천억원과 이자를 앞으로 20년 동안 지급받을 권리를 매입했다. 이 권리를 판매하지 않고 상업은행이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면 상업은행은 예대마진으로 매년 4%의 이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1% 정도의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가격으로 투자은행에 매각했다. 상업은행이 향후 20년간 3% 만큼의 이익을 덜 보는 손해나는 장사를 했겠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상업은행은 앞서 설명한 3가지 위험을 포함해 앞으로 20년 동안 발생할 지 모르는 여러 위험을 모두 회피하는 동시에, 당장 1천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즉 불확실한 4% 보다 안전한 1%를 선호할 만한 이유가 있다. 1천억원의 자금이 당장 생기므로 이 자금을 활용하여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면 또다른 이익을 올릴 수 있다. 상업은행이 1천억원의 자금을 다른 곳에 투자해 3% 이상의 이익을 올린다면, 상업은행은 오히려 더 좋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항은 상업은행이 투자은행에 대출자들의 대출금 원금과 이자를 지급받을 권리를 넘길 때,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는 신용위험을 함께 넘겼다는 점이다. 투자은행이 상업은행으로부터 원금과 이자를 상환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매수했다는 것이다. 대출은 상업은행이 해 주지만 대출의 신용위험은 투자은행이 떠안기 때문에 상업은행으로서는 위험 제로의 시장을 발견한 셈이다. 신용위험을 덜어낸 상업은행들은 주택담보 대출을 늘리는데 열을 올렸다. 그 결과 신용등급이 낮은 서브프라임 신용등급 소비자들에게도 큰 액수이 주택담보대출을 해준 것이다.

투자은행의 주 업무는 기업의 주식 및 채권 발행 업무 중개, 기업 인수합병 중개, 부동산개발 등 직접 투자, 비상장기업에 대한 투자 등이다. 건수는 적지만 건당 이익은 매우 높은 고수익 사업이다. 하지만 크만큼 위험도 크다. 상업은행에서 주택담보부 대출채권을 매입했다. 투자은행들은 향후 20년간 주택담보 대출 원금과 이자를 상환받으려고 주택담보부 대출채권을 사들인 것이 아니다. 이 채권을 그대로 보유하기만 하면 20년 동안 불과 3%의 낮은 이익밖에 올릴 수 없다. 투자은행들은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이 특수목적법인에 주택담보부 채권을 매각했다. 매각금액은 투자은행이 약간의 이익을 올릴 수 있는 정도인 3%의 예대마진 중 1%만 차지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투자은행이 상업은행에서 주택담보부 대출채권을 사들여 이를 다시 특수목적법인에 매각하는 불과 수일 동안 투자은행은 1%의 이익을 올린 셈이다. 특수목적법인은 무슨 역할을 하는 것일까? 특수목적법인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아 1천억원을 조달한다. 자금을 모으기 위해 특수목적법인이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증권을 발행해 일반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것이다. 이 때 특수목적법인이 발행하는 증권이 바로 주택담보부증권(MBS: Mortgage Backed Securities)이다.

MBS는 1천명의 대출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받을 권리를 쪼개어 파는 것으로, 이것을 증권하라고 한다. 1천주의 MBS를 발행해 1천명의 투자자에게 각각 1주의 MBS를 팔면, MBS 1주를 구입한 투자자는 1명의 대출자가 지급하는 원금과 이자를 향후 20년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이 증권을 매입한 투자자는 앞으로 20년 동안 7%의 이익을 올릴 수 있는 수준의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다. 7%는 은행 예금 이자율인 5%보다 높다. 2%포인트라는 이자율 차이는 많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MBS를 구입하도록 할 만큼 매력적인 투자조건이다. 투자은행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조달 해 상업은행에서 주택담보부 채권을 매입했고, 그 결과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은 소액의 수수료를 짧은 시간 안에 벌 수 있었다. MBS는 요즘 널리 사용되는 자산유동화 증권의 한 형태로 자산의 일부인 대출금 자산을 현금화하는 수단이다. 

 

부채담보부 증권의 탄생과 발전

부채담보부 증권으로 번역하는 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는 자산유동화 증권의 발달로 탄생한 상품이다. MBS만 파는 것으로는 과거처럼 큰 돈을 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투자은행은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등장한 상품이 MBS보다 더욱 복잡한 구조를 지난 CDO다. 1천억원짜리 MBS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 MBS는 주택을 담보로 1억원을 대출한 1천명의 대출자들이 보유한 대출자산을 기초로 발행되었다. 이 MBS를 보유할 때 올릴 수 있는 수익률은 10%다. 즉 1천억원의 10%인 연간 100억원의 현금이 MBS의 보유자들에게 지급되는 것이다. 1천주의 MBS가 발행되었다면, MBS 한주를 보유한 투자자는 연간 1천만원의 현금을 받는 것이다. 만약 대출자 중에 일부가 파산해 90억원의 현금만 유입된다면 어떨까? MBS 한 주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1천만원이 아니라 900만원 지급 받는다. 이 MBS를 기초로 새로운 증권을 만들 수 있다. 즉 대출자가 파산해 현금을 상환할 수 없을 때 서로 다른 순서를 가지고 그 순서대로 현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증권을 만든 것인데 이 증권이 바로 CDO다.

투자자들을 선순위, 중순위, 후순위로 구분해 현금을 지급한다고 가정해 보자. 투자위험이 높은 후순위 증권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높은 투자위험에 대한 보상으로 선순위나 중순위 증권 투자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받는다. 반대로 선순위 증권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돈을 잃을 위험은 적지만 후순위 투자자에 비해 훨씬 낮은 수익률을 보장받는다. CDO는 단선적 구조를 지닌 ABS에 비해 다양한 위험-수익률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 투자자들에게는 다양한 CDO 상품 중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골라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다. 1천억원의 대출자산을 기초로 MBS를 발행하면 연간 10%, 총 100억원의 현금을 받는다. 이 MBS를 위험도에 따라 3등급으로 구분해 CDO를 발행해 보자. 후순위증권 300억원, 중순위 증권 500억원, 선순위증권 200억원으로 하면 선순위 CDO를 구입한 투자자는 수익률이 6%로 12억원을 매년 현금으로 받는다. 중순위 CDO의 수익률이 8%라면 매년 500억원의 8%인 40억원을 받을 수 있다. 후순위 CDO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100억원의 연간 현금흐름 중 48억원을 얻을 수 있다. 후순위 CDO의 전체금액이 300억원이므로 48억원을 얻으면 수익률을 매년 16%나 올리는 셈이다. 서로 다른 여러 개의 CDO를 모은 후 이를 기초자산으로 새로 포장하면 또 다른 수익률과 위험을 가진 새로운 CDO를 만들 수 있다. 새로운 CDO를 거듭 만들어 판매하는 과정에서 이 모든 과정을 중개하는 투자은행들은 끊임없이 수수료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이것이 CDO의 발행 및 시장 규모가 급속히 불어난 이유다.

새로운 파생상품 신용부도스왑(CDS : Credit Default Swap)은 일종의 보험으로 CDO를 구입한 투자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지급받지 못할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료를 내고 보험을 구입하는 것이다. CDO의 기초자산을 구성하고 있는 대출자들이 파산해 원금이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 이때 CDS를 판매한 회사에서 CDO 투자자들에게 대금을 대신 지급하는 형식이다. 이에 후순위 CDO를 구입한 투자자들은 약간의 보험료를 내고 CDS를 추가 구입해 신용위험을 감소시켰다.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높으면서 위험도 별로 없으니 매우 매력적인 투자수단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CDS를 개발하고 판매한 주체도 투자은행들을 주축으로 한 금융기관들이다. 이 중 CDS를 가장 많이 판매한 금융기관이 바로 세계 최대 보험회사인 미국 AIG다. AIG가 판매한 CDS의 총 금액은 800억달러가 넘는다. AIG에게 CDS를 특히 많이 구입한 금융기관이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이다. AIG가 파산하면 이들 금융기관들은 800억 달러 규모의 보험을 모두 날려야 한다. 즉 대출자들이 파산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정부가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공정 자금을 투입해 AIG를 살리기로 한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다. 리먼브라더스나 베어스턴스와 달리 AIG가 파산하면 직간접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수많은 금융기관, 나아가 미국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AIG의 생명보험이나 의료보험 등 보험상품을 구입한 많은 개인들도 더이상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사실 MBS나 CDO, CDS를 구입한 사람이나 이를 판매한 사람조차 이 증권들이 기초로 하고 있는 대출자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그들의 신용등급이 어떠한지 잘 모른다. 투자자들은 무엇을 믿고 이 위험도 높은 파생상품들을 구입했을까?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주체가 바로 신용평가사다. 무디스, 스탠다드앤드푸어스, 피치 등. 투자은행은 깐깐하게 신용등급을 매기는 신용평가회사가 아니라 신용등급을 후하게 주는 신용평가회사를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인센티브가 있다. 좋은 신용평가를 남발해 투자은행이 CDO를 잘 판매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투자은행과 신용평가회사 모두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의 책임이 크다. 투자은행들은 자신들이 팔아치운 막대한 MBS나 CDO가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MBS나 CDO의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자 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MBS 채권 중 약 75%가 신용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AA등급을 받았다. 투자 부적격 등급인 BBB 이하 등급 채권은 전체의 7%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소 20% 이상의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이 지급불능 상황에 처해 있다. 75%의 AAA 등급 채권이 사실상 거짓임을 보여주는 지표다. 미국인들 중 가장 신용이 불량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채권의 거의 대부분이 한국의 삼성전자나 포스코의 신용등급과 맞먹는 AA나 AAA 등급을 받았다는 사실은 얼마나 신용평가가 허술하게 수행되었는지를 잘 나타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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