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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넛지 Nudge]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by 헣푸로 2023. 9. 25.

해제_업그레이드된 행동경제학 [넛지]

최정규(경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합리적이라함은 여러 가지 선택 대안들을 놓고 어떤 대안이 더 나은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완비성), 이들 대안들을 놓고 내린 판단이 일관되어야 한다는 것(이행성. A가 B보다 좋고, B가 C보다 좋다면 A는 C보다 좋아야 한다)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에 그쳐버린다면 행동경제학의 메시지는 그냥 살아가는 사람들의 영양가 없는 이야기에 그칠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래서 어쩌라고?" [넛지]는 행동경제학자가 처음으로 내놓은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경제학의 패러다임은 일반균형론이다. 경제주체들은 저마다 자신의 이득만을 극대화하고자 행동하더라도 이런저런 가정이 충족된다면 이들의 행동이 시장을 통해서 완벽하게 조정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충족되어야 할 가정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없을 것, 생산기술에서 규모의 경제가 없을 것, 경제주체들의 행위가 외부효과를 낳지 않을 것 등이었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이론의 현대적 해석이라고도 간주된다.

 

1980년대 경제학은 '시장이 완벽하지 않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야기하는 문제를 파고들어 정보경제학이라는 분야가 개척되었고, 규모의 경제 문제를 다루면서 진화경제학이, 외부효과를 다루면서 (신)제도경제학이 다시 부흥하기도 했다. 

 

1990년대 전까지 경제주체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일반균형론은 완벽한 경제주체를 상정했다. 행동경제학경제주체의 완전함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득에 대해서 판단할 때와 손실에 대해서 판단할 때 다른 판단구조를 갖는다는 것(손실회피, 현상유지 바이어스), 어떤 물건을 획득한 이전과 이후 그 물건에 대해서 판단할 때와 가까운 미래에 대해서 판단할 때의 판단기준이 일관되지 않다는 것(시점불일치의 문제) 등이 이야기 되기 시작했다.

경제주체들의 비합리성이 합리성으로부터의 일시적인 이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존재하며, 그 효과도 거시적으로 서로 상쇄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방향으로 누적적으로 작용하면서 우리가 예측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의 결과를 양산해낸다는 것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경제학의 '코어'를 공격하기 시작한 셈이다.

 

[넛지]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혹은 자유주의적 온정주의)라는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옆사람의 팔을 잡아끌어서 어떤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단지 팔꿈치로 툭 치면서 넌지시 어떤 행동을 유도한다는 의미이다.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문제들은 여전히 자유냐 개입이냐의 '전통적'인 틀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들일 수도 있다. 자유주의적 개입주의가 상정하는 합리적 설계자와 무지한 대중이라는 이분법이 주는 곤혼스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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