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테를 덮어 버리고 바다를 보았다.
갈매기 한 마리가 파도에 몸을 맡기고 출렁이며 몸을 내맡기는 데서 오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런 기쁨은 누려 본 적이 없었다.
흔한 기쁨이 아니라 숭고하면서도 이상야릇한, 설명할 수 없는 즐거움 같은 것이었다....
나는 돈, 일꾼들, 고가 케이블 등 모두를 잃었다...
모조리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정확하게 모든 것이 끝난 그 순간에 뜻밖의 해방감이 밀려왔다.
복잡하게 얽힌 필연의 미궁에 들어갔다가 구석에서 놀고 있는 자유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모든 것이 빗나갔을 때, 자신의 영혼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그 인내와 용기를 시험해 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어떤 이는 하느님이라고 부르고 어떤 이는 악마라고 부르는 보이지 않는 이 강력한 적이 우리를 산산조각 내려고 달려오는 것 같았지만 우리는 부서지지 않았다.
겉으로는 완전한 패배인데도 속으로는 정복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인간은 더할 나위 없는 긍지와 환희를 느끼는 법이다.
오두막에 도착했을 때 내가 했던 단순한 생각이 우스웠다.
나는 내 마음이 그처럼 쉽게 공포에 사로잡혔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현실로 되돌아오니 배가 고프고 목이 말랐다.
피곤했다.
돌에 찢긴 상처가 쓰라렸다.
그러나 내 가슴은 자신감을 되찾았다.
적은 비록 나의 외벽은 허물었지만 나의 영혼을 둘러싼 제2방어선에서 저지당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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