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nowledge

미장센과 메타포의 차이

by 헣푸로 2021. 2. 15.

미장센과 메타포는 엄연히 다른 것이라 차이라고 말할게 없습니다.

미학적으로 돋보이게끔 연출하는 하나의 장면을 미장센이라고 합니다.

메타포는 어떤 장면을 비유적으로 찍어서 관객들에게 또 다른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죠.

'미장센(Mise-en-Scène)'은 '무대에 배치하다'는 뜻의 프랑스어입니다.

소품이나 사람을 어떻게 배치하고 카메라를 어디에 둘지를 결정하는 일이죠.

일본 감독 오즈 야스지로의 '도쿄 이야기'(1953)의 한 장면. 오즈는 카메라를 바닥에 내려놓고 촬영했다.

카메라를 거의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의 영화 속 카메라는 인물들 곁에 주저앉아 가만히 지켜볼 뿐이다.

오즈를 상징하는 이 기법을 '다다미 쇼트(tatami shot)'라고 부른다.

일본 집 바닥에 까는 장판인 다다미와 쇼트를 합친 말이다.

윤가은 감독은 '우리들'(2016)이라는 영화에서 이 장면을 친구들 사이에 끼고 싶지만,

침만 꼴깍꼴깍 삼키는 소녀의 얼굴만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다른 걸 보여주지 않아도 따돌림으로 힘들어하는 소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죠.

'미장센이 훌륭하다'는 칭찬은 '촬영을 잘했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연출을 잘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밀레의 "만종"이나 "이삭을 줍는 사람들"이라는 그림들을 보면 그 단 한 장면을 통해

그 시대의 농경민의 어려운 삶이나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의 관계 등을 알 수가 있잖아요.

미장센도 마찬가지로 단 하나의 장면을 통해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미학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장면연출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단순히 탐미주의적 관점에서 화면이 이쁘다 또는 아름답다고 해서 미장센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겠죠.

미장센이 잘 표현된 영화를 뽑으면 미술(Production Design)이 뛰어난 영화들이 대부분이죠.

그런 세세한 부분들을 다 보여주려면 롱샷(원거리에서 와이드하게 찍은)이 유리하겠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라는 영화로 예를 들어볼게요.

반지하 방 안에 설치된 빨랫줄에 널린 양말이 보이고 낡고 보잘 것 없는 창문 너머로 어수선하고 지저분하게 뒤엉킨 듯한 좁은 골목 길바닥이 보이죠. 거기 사는 사람들의 눈높이가 그 지저분한 골목 바닥인거죠.

그런 황폐한 곳, 그런 곳의 반지하 방에 살고 있다면 어떤 사람들일까요?

창문을 비추는 카메라는 이윽고 페디스털샷으로 창문 아래 벽에 기대어 앉은 기우쪽으로 서서히 이동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낮은 신분을 뜻하는 장면이죠.

이렇듯 신분의 상하 수직관계를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수차례 나옵니다.

그리고 폭우가 쏟아지는 날 집으로 가기 위해 마을 초입에서 긴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이 있죠.

다시 지하세계로 가는 듯한 느낌이 들죠.

그리고 화장실 변기에 똥물이 역류하면서 흘러넘치는 장면도 나오는데 변기가 위에 있잖아요.

그들은 그 변기보다 아래쪽 위치에서 생활하고 잠을 자는 것이죠. 영화의 클라이막스 부분이라 더 비약적으로 보여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박사장이 선을 넘는걸 싫하는 인물로 선을 지켰으면 한다는 대사들이 몇차례 나옵니다.

지형상으로 지하에 살던 사람들이 상류층에 사는 사람들과 마주칠 일이 없잖아요. 근데 이젠 같은 공간에서 생활해야 하니 넘지 말아야 할 선이 필요했던 겁니다.

그래서 이 선이 인물과 인물 사이에 암묵적으로 등장합니다.

처음에 기우가 면접을 보러 박사장 와이프를 만나게 되는 장면인데 와이프는 뒷뜰 정원에 앉아있고 기우는 그 장면을 기역자 통유리를 통해 보고 있죠.

자세히 보시면 그 꺾인 유리의 라인을 중심으로 기우와 사모님이 나뉘어져있어요.

가정부는 기우쪽 라인에 머물고 있다가 잠든 사모님을 깨우려고 라인을 아주 잠깐 침범했다가 다시 돌아옵니다.

메타포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그리스어 메타포라(Metaphora: 의미를 바꾸다)에 어원을 두고 있습니다.

형태나 기능의 유사성을 근거로 의미를 바꾼다는 뜻인데요.

어떻게? 숨겨서 비유한다고 해서 은유법으로 보여주는겁니다.

영화는 시각적 매체이죠. 대사를 주고 받는 것 외에 이미지에서 느낄 수 있는 메타포도 필요하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4개 부문을 수상했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라는 영화에서도 메타포는 많이 등장합니다.

그 중에 하나를 예로 들면..

사장네 식구와 기택네 식구 다 있을 때인데 거실에서의 밤씬입니다.

사장네 아들이 밖에 텐트에서 잔다고 나가고 기택네 식구는 식탁 밑에 숨어있죠.

조용할 때 기택이 식탁에서 슬금슬금 기어나옵니다.

그러자 갑자기 탠트에서 랜턴 빛이 거실쪽을 비춰오죠. 그리고 무전기 소리가 들리구요.

이 때 기어가던 기택은 순간 멈칫합니다.

이건 바퀴벌레같은 존재라는걸 은유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집에서 자다가 벽이나 방바닥에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불을 켜면 바퀴벌레가 순간 멈칫하는걸 볼 수 있어요.

그런걸 표현하는거죠. 말로는 표현 못하는 것들을 이미지로 함축시켜서 보여주는겁니다.

그래서 미장센은 미학적 가치에, 메타포는 문학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보는게 중요하겠죠.

'knowledge' 카테고리의 다른 글

Big History 1_'21.FEB  (0) 2021.09.29
이야기 모음  (0) 2021.09.27
채권 투자 -박종연  (0) 2021.09.27
리더다움, 꼰대탈피, 감성 커뮤니케이션  (0) 2021.04.22
코이의 법칙  (0) 2020.11.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