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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0

by 헣푸로 2021. 7. 8.

사람은 대부분 실재론자로 태어나서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가다가 실재론자로 죽는다.

다만 삶을 실용과 안락의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진실과 깊은 이해의 측면에서 접근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결국 관념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관념론이 실제 세계의 모습을 더 정확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눈앞에 빨갛게 잘 익은 사과가 있다.

나는 이 사과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본다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한 단계를 거친다.

우선 광원이 있어야 한다.

태양이나 형광등이나 촛불이나 빛이 나오는 근원이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이 광원에서 입자이자 파동인 광자가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광자가 사과의 표면과 만나서 일부는 흡수되고 일부는 튕겨 나간다.

튕겨 나온 광자의 일부가 눈으로 들어오고 망막의 시각 세포를 자극한다.

시각 세포는 빛 에너지를 흡수한 뒤에 이를 전기적 신호로 바꾼다.

이 전기적 신호가 시신경을 따라 뇌까지 전달된다.

뇌는 눈도 없고 코도 없고 어떠한 감각기관도 없지만 신체의 각 부분에 연결된 시신경을 통해 전기적 신호를 받아 들인다.

이 신호들은 종합과 해석의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뇌가 해석한 이미지가 나의 내면에 드러난다.

우리는 이제 이렇게 느낀다.

눈앞에 잘 익은 빨간 사과가 있다.

 

흥미로운 것은 눈에서 시작되어 시신경을 따라 뇌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빨간색'과 관련된 것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 사이에는 그저 전기적 신호만이 있다.

빨간색이라는 것은 뇌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빨간색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내 신체 밖에 있는가, 아니면 내 안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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